9일, 정부서울청사 앞 생존권 위한 예산 쟁취 전국 투쟁결의대회 열려
2017년 정부 예산안, 장애인 생존권 보장할 수 없어
점거농성 4일째 진행 중인 종로장애인복지관 까지 행진

▲ (왼쪽부터) 삭발식에 참여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대희 부회장, 양영희 회장, 노금호 부회장.
▲ (왼쪽부터) 삭발식에 참여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대희 부회장, 양영희 회장, 노금호 부회장.

“아빠 나 지금 삭발해요. 10년 전 아빠가 떠날 때도 삭발을 했지요.

아빠가 병원에 있을 때 나는 그때 길바닥에 있었지요. 시청 농성장에서 투쟁하면서 더 이상 가족의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어요. 아빠에게 살아생전 효도는 못할망정 걱정거리로 남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활동보조 투쟁은 절실했고 나의 생존이자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마지막 효도였습니다. 

장애인으로서 내 존재를 인정하라는 싸움을 하는 것이에요. 우리는 떼를 쓰는 것도 남의 것을 뺏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도 인간답게 살자고, 함께 살자고 말 하는 겁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만들겠어요.”

- 아빠의 사랑하는 딸 영희가-

9일 정부서울청사 앞, 삭박실과 함께 숙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2017년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 쟁취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경 ‘2017년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 쟁취를 위한 전국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삭박실과 함께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햇볕이 따가운 오후 2시 46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과 박대희·노금호 부회장은 정부의 2017년 예산 재편성을 요구하며 삭발식에 임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 ⓒ최지희 기자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대희 부회장. ⓒ최지희 기자
▲ (왼쪽부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과 박대희 부회장. ⓒ최지희 기자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 ⓒ최지희 기자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 ⓒ최지희 기자

장애인에게 있어서 삭발은 장애인거주시설이 거주인을 ‘관리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행하는 반인권 행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들의 삭발은 장애인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결의를 향한 비장함을 더했다.

▲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물과 침묵이 이어졌다. ⓒ최지희 기자▲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물과 침묵이 이어졌다. ⓒ최지희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물과 침묵이 이어졌다. ⓒ최지희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물과 침묵이 이어졌다. ⓒ최지희 기자

공동행동은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예산 확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규모 확대 ▲뇌병변장애인 재활훈련지원센터 신설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더불어 장애어린이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예산 편성 △장애아동 지역사회 전환서비스 확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시군구 설치 및 시범운영 △행동발달증진센터 확대 △발달장애인용 정책정보 제작 및 배포 예산 확보 △발달장애인 자조단체 지원 예산 확보 △위기발달장애인쉼터 운영지원 예산 확보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설치 및 운영 예산 확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교육과정 운영 지원 △발달장애인 생활체육 지원을 정책 요구안으로 발표했다.

▲ 2017년 중증장애인생존권예산쟁취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2017년 중증장애인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전국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지희 기자
▲ 2017년 중증장애인생존권예산쟁취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2017년 중증장애인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전국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지희 기자

2017년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지난해 대비 5.3%가 늘어난 130조 원. 여기서 장애인의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지난해 55조8,436억에서 3.3%가 증가한 57조6,698억 원이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은 1.7%밖에 늘지 않았다. 

장애계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해 활동보조인의 수가를 1만 원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017년 예산안에서 활동보조인의 수가는 여전히 9,000원으로 동결됐고,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역시 109시간으로 동결됐다. 

특히 장애계가 요구하고 있는 ‘자립생활 확대’와는 달리, 장애인거주시설 지원금은 4.1% 늘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금은 5% 삭감됐고, 이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1개소 당 지원예산이 지난 10년간 동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 삭발식을 마친 이들은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을 전했다. ⓒ최지희 기자
▲ 삭발식을 마친 이들은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을 전했다. ⓒ최지희 기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활동지원제도가 제도화 된지 10년째다. 10년 만에 또 생존을 위협하는 예산 때문에 다시 삭발하게 됐다.”며 “활동지원제도, 장애인연금 등은 장애인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정부는 장애인이 호위호식하려고 떼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대표는 “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한 예산이 동결되면서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들과 앞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막막해졌다. 활동보조인들의 생활 또한 막막해지기 때문에 점점 활동보조인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참담함을 표했다.

“목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곳으로 행진”

▲ 공동행동이 종로장애인복지관까지 행진하는 모습. ⓒ최지희 기자
▲ 공동행동이 종로장애인복지관까지 행진하는 모습. ⓒ최지희 기자

오후 4시경 투쟁결의대회를 마친 공동행동은 종로장애인복지관까지 행진했다. 그나마 청와대에 가장 가깝게 닿을 수 있는 장소로,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는 지난 6일부터 장애계 활동가들이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우리의 요구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보이는 곳까지 느리더라도 다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찰은 교통불편을 야기한다며 5~7명씩 행진할 것을 명령하며 길을 봉쇄했다. ⓒ최지희 기자  
▲ 경찰은 교통불편을 야기한다며 5~7명씩 행진할 것을 명령하며 길을 봉쇄했다. ⓒ최지희 기자
  ▲ 공동행동과 경찰은 ‘교통신호에 방해되지 않도록 인원을 나눠서 행진’하는 것으로 진행,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부회장이 경찰들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다. ⓒ최지희 기자  
▲ 공동행동과 경찰은 ‘교통신호에 방해되지 않도록 인원을 나눠서 행진’하는 것으로 진행,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부회장이 경찰들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다. ⓒ최지희 기자

하지만 행진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경찰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종로장애인복지관까지 행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동행동과 경찰간의 긴 대화가 이어지고나서야 ‘교통신호에 방해되지 않도록 인원을 나눠서 행진’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2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5~7명으로 나눠 행진해 1시간가량이 지나서야 공동행동 모두 종로장애인복지관에 도착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일과 7일에 걸었던 대형 현수막이 불법이라며 경찰들이 찾아와 현수막을 모두 수거해갔다. 오늘 만큼은 우리의 희망이 담긴 내용의 이번 대형현수막이 앞서 걸렸던 현수막들 보다 오랜 시간 걸려있길 바란다.”고 희망을 전했다.

▲ 한 활동가가 예산 증액 요구 자료와 당초 정부가 약속한 지원내용이 담긴 종이를 뿌리고 있다. ⓒ최지희 기자
▲ 한 활동가가 예산 증액 요구 자료와 당초 정부가 약속한 지원내용이 담긴 종이를 뿌리고 있다. ⓒ최지희 기자
▲ 장애계 활동가들은 지난 6일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에 의해 대형 현수막이 제거되기를 두 번, 9일 오후 5시 39분 세 번째 대형 현수막이 건물 꼭대기에 걸렸다. ⓒ최지희 기자
▲ 장애계 활동가들은 지난 6일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에 의해 대형 현수막이 제거되기를 두 번, 9일 오후 5시 39분 세 번째 대형 현수막이 건물 꼭대기에 걸렸다. ⓒ최지희 기자

마침내 오후 5시 39분 세 번째 대형 현수막이 건물 꼭대기에 걸렸다. 이와 함께 예산 증액 요구 자료와 당초 정부가 약속한 지원내용이 담긴 종이가 흩날렸다.

공동행동은 장애인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투쟁결의대회를 마무리한 뒤 문화제를 열었다.

▲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 ⓒ최지희 기자
▲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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