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정신보건법, 요건 강화왰지만 여전히 기본권 침해 소지 많아

▲ 정신보건복지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은 지난 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정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 정신보건복지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은 지난 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정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수 있는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이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정신보건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가운데,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증진법)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행정입원 등 당사자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높은 조항들을 어떻게 풀어내는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신보건복지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은 지난 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정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난 5월 제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정신건강증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정신건강증진법은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부당한 차별대우 금지 ▲입원 또는 입소의 최소화와 지역사회 중심 치료의 우선 고려 ▲자발적 입원 또는 입소의 권장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 ▲의사결정지원 ▲자신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주요 기본 이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추구하는 주요 이념과 달리 정신건강증진법은 여전히 강제입원, 행정입원 등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

이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는 정신건강증진법의 주요쟁점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법의 기본이념으로 당사자가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정신건강증진법 개정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못했다. ‘정신장애인 참여시켜라’ 하면서 그 법을 만들때는 정신장애인이 배제된 상황이 발생한 것. 그렇다 보니 당사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강제입원 조항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될 수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해당 법이 위헌이지만 즉각 효력을 중지시킬 경우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우려돼 법률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당시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로 △입원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 없음 △보호입원 대상자의 의사 확인이나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제도도 없음 △보호입원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 △신체 자유 침해 최소화 방안 없음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기존 정신보건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새로운 정신건강증진법과 어떤 관련을 맺고, 또 헌법정신에 맞게 개정돼야 하는지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보건증진법에는 기존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제입원 내용과 권리보장 측면에서는 부족함을 갖고 있다.

강제입원 관련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자가 ‘환자가 정신의료기관 내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에 걸려있는 경우’,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모두 해당돼야 입원을 시킬 수 있다.

개정 전 정신보건법이 양자 중 선택이었다면, 개정된 법에서는 두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실질 요건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개정 조항이 입원 요건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입원치료를 받을 만하나 정도 또는 성질’,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 등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여전히 치료가능성 있는 치료법과 그 사용기간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정신의료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신건강증진법이 강제입원을 당한 입원 당사자에 대한 사법절차 권리를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에는 ▲입원 당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청문·진술의 기회 부재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사법심사 등이 없다는 것.

이 교수에 의하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법에는 정신질환자 입원에 있어 당사자에게 치료의 가능성, 치료방법 등에 대해 당사자의 이해수준에 맞춰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거나 강제입원을 피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다. 아울러 당사자가 강제입원으로 기본권이 침해당해도 청문이나 진술을 할 기회도 규정해 놓지 않았다.

이 교수는 “입원을 할 경우 의료 내용을 설명듣고 당사자가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여부를 무시하고 바로 보호의무자가 입원시키는 것은 헌재에서도 인정한 기본권 침해다. 또한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제도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된 법 역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매우 미흡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행정입원 요건 완화… 강제입원 위한 ‘꼼수’?

한일법률문제연구소 조성용 소장은 개정된 정신보건증진법의 완화된 행정입원 요건을 지적했다.

정신보건증진법에서 규정한 행정입원의 요건은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갖고 있는 정신질환자다. 또한 행정입원의 기간은 3개월로 됐지만, 그 기간의 연장제한은 없어진 상태다.

조 소장은 “위험판단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가는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자신의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에는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외에도 간접적인 건강악화도 포함된다고 이해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또한 조 소장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요건이 강화된 것에 비해 행정입원의 요건은 완화돼 개정법이 또다른 강제입원의 수단으로 행정입원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보호의무자입원의 요건은 ‘입원치료를 받을 만하나 정도 또는 성질’,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의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면 되지만, 행정입원은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만 충족시킬 경우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특히 보호의무자 요건에서 서로 다른 소속의 2인 이상의 정신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필요한데 반해 행정입원은 2인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가 서로 다른 소속일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쉬워진다.

조 소장은 “개정 당시 문제가 됐던 보호의무자 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보호의무자 동의가 필요없고 강제입원이 훨씬 수월한 특별자치시장 등에 의한 행정입원을 통해 사회방위 차원의 강제입원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고 행정입원을 통한 강제입원 위험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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