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자에게 진술보고서 요구한 희망원, 사건은폐·축소 시도

▲ 장애계는 24일 인권위 앞에서 ‘직권조사 무력화! 사건은폐 시도!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인권위의 엄중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계는 24일 인권위 앞에서 ‘직권조사 무력화! 사건은폐 시도!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인권위의 엄중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지난 2014~2016년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전체 생활인의 10%인 129인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 8월 1,2차 직권조사를 시작으로 지난 11일 3차 직권조사를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그러나 직권조사 과정에서 대구시립희망원이 인권위 조사에 응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 진술보고서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는 24일 인권위 앞에서 ‘직권조사 무력화! 사건은폐 시도!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인권위의 엄중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계는 희망원의 진술보고서 요구에 대해 내부고발자, 조사 협조 직원 등에 대해 어떠한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인권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 상상행동 장애와엿어 마실 김광이 대표.
▲ 상상행동 장애와엿어 마실 김광이 대표.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진술자에 대한 진술보고서 작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권위는 내부고발자가 조사에 협조를 했을 경우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라면 1차원적 사건 조사 하는게 아니라, 이후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엄중히 관리·조치해야 한다. 인권유린사건인 만큼 시설 내부 직원들의 진술이 중요한데, 인권위는 그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인권위는 해당사건뿐 아니라 조사자 보호에 있어서도 법· 행정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계는 인권위의 성과없이 계속되는 추가 조사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1,2차 직권조사가 끝났지만,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희망원에 대한 권고·조치, 심지어 진술자·시설이용인에 대한 보호 조치도 나오지 않는 상황.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인권위는 현재 3차 직권조사를 진행중에 있다.”며 “1,2차 조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그곳에서 현재도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조사에 응한 직원들을 하루빨리 보호해야 한다. 인권위는 본분을 다해 강력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사안의 긴급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장애계는 인권위 뿐만 아니라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희망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는 “희망원은 진술보고서 작성을 통해 조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피진정자에 대한 진술강요나 압박 등의 조사방행위는 이후 법정진술과도 연관이 있다. 과연 희망원이 얼마나 조사에 철저히 임하고, 사실이 완전히 밝혀질지 의문스럽다. 인권위는 희망원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장애계는 다음달 예정인 직권조사 발표에서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 조사 결과와 함께 이번 조사방해 정황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장애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권위 장애차별 과장, 사건담당조사관과 면담을 가졌다. 인권위측은 조사과정에서 희망원의 진술보고서 요구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고, 즉시 희망원에 진술보고서 요구 중지를 요구했다고 장애계 측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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