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컨설팅 웰펌(Welfirm) 표경흠 상임 대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온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어디를 가던지 나라 전체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것보다 더 뒤숭숭하다. 대통령에 대한 엄청난 폭로성 기사들과 연일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21년째 프리랜서로 전국을 돌며 복지현장을 누비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87년 6월 항쟁의 그 뜨거움과 대비되는 또 다른 사회적 결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우리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바꾸면 세상이 좋아질 줄 알았다. 정말 그랬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30년이 흘렀고 청년이었던 필자는 중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을 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때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 전국적으로 펼쳐진다. 다행하게도 매우 평화적이고 수준이 높은 집회 참여와 더불어 이제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갈등의 접점들을 만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복지인들에게는 구심점이자 자존심이라고 생각된다. 무려 회원의 수가 80만을 넘어 10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직능단체의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판보다도 더 우스꽝스러웠던 후보가 회장이 되어 지금 임기를 진행하고 있고,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터져나오고 있는 그 회장에게 공약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 탄핵정국과 너무나도 닮아 있지 않은가?

정말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 의견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먼저 협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를 짚고 싶다.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소위 영향력있는 오피리언 리더 몇몇이 모여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놓고 지역적 구도와 표계산으로 후보를 압축해간다. 회원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주인이 배제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히 이해관계의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위험한 구조인 것이다.

두 번째, 선거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회비를 납부한 전체 회원들의 참여가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투표 접근성 자체를 낮춰버리는 선거를 진행한 결과였다. 또한 철저한 후보의 검증과정이 전혀 없었고, 연줄과 학연, 지연 등으로 줄을 세워버린 후진적 선거로 협회의 위상을 완전히 낮춰버린 결과였다. 당선을 위한 아주 치졸한 공작의 산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세 번째, 협회장 후보를 세우는 과정에 회원들의 참여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회원들에 의해 추대되는 후보가 아닌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자리를 염두에 두고 나선 것이니 회원들을 위한 공약과 일을 할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인을 섬기거나 의식하지도 않고 그저 대접받고 군림하려고만 하니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이었단 말인가?

따라서 이제는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회원들의 손으로 후보를 세워가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차기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은 현장 사회복지사 손으로”라는 SNS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성 활동에서 “△우리가 후보에게 요구하는 최소 조건 제시 △최소 조건을 수용하는 후보 모으기 △후보마다 최소조건에 자기 공약 추가해서 공약 발표 △동영상 토론회, 후보 공약 안내 등 예비 후보 활동 △투표로 우리가 만든 최종 후보 선출 등”의 대안은 가히 진일보한 혁명적인 부분으로 평가할 만 하다.

정치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삶 속에서 소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얼마나 당할 수 있는지 이젠 온몸으로 배웠지 않는가? 네트워크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촛불이 세상을 바꿀 대안으로 광화문을 밝힌다. 이제 복지계의 대안으로 우리는 어떤 촛불을 준비할 것인가? 주인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2017년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 의해 세워지는 후보와 협회장을 기대하기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사회복지사란 세상 속에서 정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물론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은 아니다. 그 정의가 삶 속에서 이루어지고, 협회와 내년도 선거판에서 제대로 꽃피우길 바란다. 의식화를 “사회의 현상, 가치관 등 어떤 대상을 체계적으로 의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깨치게 됨”이라고 사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깨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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