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사건 대책위원회, 염수정 추기경 면담 요청… 명동성당은 경찰 내세워 대책위 요청 막아

인권침해와 비리·횡령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의 인권유린·비리 척결을 위해 장애계가 직접 명동성당을 찾았다.

희망원은 지난 1958년 설립돼 1980년부터 대구시가 재단법인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수탁 계약해 운영되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한국 천주교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을 방문해 해당 시설의 비리척결과 인권유린 사태 해결의 방안을 찾고자 한 것이다.

▲ 대책위원회는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는 희망원 즉각 사건 해결에 나서라! 조환길 대구교구장은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대책위원회는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는 희망원 즉각 사건 해결에 나서라! 조환길 대구교구장은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만든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을 위하나 전국장애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는 희망원 즉각 사건 해결에 나서라! 조환길 대구교구장은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희망원에는 ▲노숙인재활시설인 희망원 ▲노숙인요양시설인 라파엘의 집 ▲정신요양시설인 성요한의 집 ▲장애인거주시설인 글라라의 집 등 4개 시설로 나눠 모두 1,150인이 거주하고 있다.

대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희망원에서 시설생활인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기도폐쇄 등의 보호의무소홀로 사망한 사례가 발견됐다. 특히 지난 2014~2016년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전체 생활인의 10%인 129인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대구시, 검찰은 희망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18일. 검찰은 현직 신부로는 최초로 전 희망원 원장인 배모 씨에 대해 비자금 조성, 횡령, 업무상 과실치사, 강제감금,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지난해 3차례 진행된 직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광역시장에게는 ▲재단 위탁 운영 취소 ▲담당공무원 징계 ▲특별지도감독 실시, 보조금 환수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등 권리구제조치 ▲시설 거주인의 응급상황 방치되지 않도록 인원 배치.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중증질환·노숙인의 증상과 장애 특성에 맞게 적합한 시설에 수용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생활교사 등 보호인력 강화 방안 마련 등 영향력 없는 ‘형식적’인 권고사항만을 내렸다.

즉, 희망원 사건의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인권위, 대구시, 검찰, 천주교 등이  시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탈시설’ 추진과 지원, 폐쇄 등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책위원회가 직접 천주교 서울대교구인 명동성당을 찾아가 염수정 추기경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고 했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는 “천주교는 희망원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썩은 나뭇가지를 도려내는 결단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시설에 갇혀서 평생을 살아가고, 누군가에 의해서 관리당하고 시키는대로 살다가 삶을 살고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런 희망원에 사건들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희망원’에 희망이 없으면 희망원은 페쇄돼야 마땅하다.”고 시설 폐쇄를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대책위원회에는 천주교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현직 신부가 인권유린, 비리혐의로 구속됐다.”며 “사회가 암담하고, 힘들수록 우리들은 종교인에게 보다 정화된 메시지와 이사회에 힘이 돼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천주교는 희망원 사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다했나. 우리는 희망원 인권유린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벌을 받아, 종교가 재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책위원회의 바람과 달리 천주교의 반응은 싸늘했다. 명동성당은 ‘본 성당은 유사이래 면담요청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대책위원회의 면담요청서를 거부했고, 심지어 경찰 측에 시설보호요청을 하며 대책위원회가 명동성당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았다.

대책위원회와 경찰은 명동성당 앞에서 약 20분간 대치했다. 대치 끝에 대책위원회는 면담요청서를 명동성당 입구에 부착하고,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끝으로 김광이 대표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의 면담 뿐만 아니라 요청서 접수하는 것도 거부했다.”며 “천주교는 권위주의에 사로 잡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장애인들에게 경찰을 앞세워 봉쇄하고 있다. 시설에 감옥처럼 갇혀 있는 사람들을 듣지 않고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 다시 분노하고, 투쟁하자.”고 투쟁의 말을 전했다.

▲ 대책위원회가 염수종 추기경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려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있다.
▲ 대책위원회가 염수정 추기경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려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있다.
▲ 대책위원회가 염수종 추기경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려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있다.
▲ 대책위원회가 염수정 추기경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려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있다.
▲ 경찰에 막혀 명동성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애인. 경찰 뒤로 우뚝 솟은 명동성당이 보인다.
▲ 경찰에 막혀 명동성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애인. 경찰 뒤로 우뚝 솟은 명동성당이 보인다.

 

 

 

 

 

 

 

 

 

 

 

 

▲ 대책위원회는 명동성당 입구에 면담요청서를 놓고, 발길을 돌렸다.
▲ 대책위원회는 명동성당 입구에 면담요청서를 놓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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