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폐지 요구… 3대 과제 대선 의제화 촉구

 

올해도 어김없이 헌법에 명시된 생존권·평등권·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25일 오후 3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폐지를 촉구하면서 3대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을 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또한, 다음달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바꾸자고 요구하면서, 장미대선을 맞아 대선 후보들에게 3대 과제의 대선 의제화를 촉구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3대 적폐, 올해는 꼭 청산해야

420공투단이 올해 내건 3대 핵심 과제는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폐지다.

의제별 22개 과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 활동보조권리 보장 △장애인연금 확대 △중증장애인노동권 보장 △장애인 주거권 정책 강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 △학령기 장애인 교육권 보장 △장애인 평생교육권 보장 △장애인 건강권 보장 △장애인 정보접근성 및 문화향유권 보장 △국공립대학 대학원 장애학과 설치 △UN장애인권리협약 국내이행 △중증장애인 의사소통권리 보장 △발달장애인 정책의 실효성 확보 및 지원 체계 강화 △장애아동 및 가족을 위한 지원 강화 △뇌병변장애인 종합지원대책 구축 △정신장애인 권리 보장 △장애여성 권리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강화 △사회보장기본권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 권리 강화 등이다.

이들은 현재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적폐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꼽으며,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이러한 적폐가 더 교묘해지고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장애등급제는 시범사업이 진행중이지만, 장애계는 정부가 아직도 등급의 완전폐지가 아닌 중·경 단순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현실은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꾼 장애등급제로의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

부양의무제 역시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국민기초생활법이 개정·시행됐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변경택 회장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변경택 회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변경택 회장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신청자 중 68%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탈락했다. 수급 탈락자 4명 중 1명만 실제로 부양의무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부양의무자가 형식적으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을 자기 손으로 죽이거나 시설 안에서 이름 없이 죽어갔다.

이러한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8월 21일부터 광화문광장 지하도에서 1,700일 가깝게 농성하고 있지만,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연 회장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경·중으로 나눠서 눈속임하고 있다. 경·중이 아니라 각자의 장애에 맞게,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여건에 맞게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며 장애인 삶의 질을 장애등급에 의해 평가하는 시대를 끝내자고 외쳤다.

또한, 그는 “사회보장위원회에도 할 말이 많다.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지 못해 지자체에서 제공한 활동보조서비스 등을 사회보장위원회가 반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사회보장위원회가 사회 약자들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며 사회보장위원회의 즉각 해산을 주장했다.

▲ 국민연금공단 건물 벽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 사회복장위원회’라는 간판을 다는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 국민연금공단 건물 벽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 사회복장위원회’라는 간판을 다는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최경진 위원장은 “국민연금공단은 장애등급 심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근로능력 평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관련 조사 등을 하고 있다. 직원들은 정부지침에 따라 열심히 일만 하면 도움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이 한 일로 인해 장애인의 삶이 파탄 나고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부양의무제는 대선 후보 대부분이 폐지한다고 약속했다. 부양의무제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제가 진정으로 폐지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420공투단 김윤영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보장위원회가 국민연금공단 건물에 숨어 간판도 걸지 않고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다. 예산이 없다고 변명하면서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공짜 돈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세금을 탕진한 것은 박근혜, 최순실, 황교안 등 권력을 가진 당신들.”이라며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회보장위원회를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국민연금공단 건물 벽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 사회복장위원회’라는 간판을 다는 현판식을 진행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마중물… “대구 희망원도 세월호처럼 인양하자!”

인강원, 송정원, 남원 평화의 집, 최근 6년간 309명이 사망한 대구 희망원 사태까지 제2의 도가니, 제2의 형제복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420공투단은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이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범죄시설 폐쇄, 거주인들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
▲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은 “고 최옥란 열사가 생을 마감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차별과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나와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를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만 해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대구 희망원에 있는 분들처럼 아직도 말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분들도 있다. 사람답게 살다가 죽고 싶다. 내 권리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전국 시설에 있는 모든 분들이 사람답게 살다 갈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 우리는 이제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더 이상 인권 유린을 보고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김수환 활동가는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했던 유력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작 여성, 성소수자 등과 소통하길 거부했다. 우리는 그의 지지자들이 외치는 ‘나중에!’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며 “나중으로 미루기에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우리에게 인권은 곧 목숨이다. 나중에 하자는 말은 죽으라는 말과 같다. 지금 당장 바꿔내자.”고 3대 적폐 청산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420공투단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의 투쟁결의문 낭독이 끝난 뒤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최옥란 열사 15주기와 제15회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열고, 대구 희망원 희생자 309명을 비롯한 열사들의 추모제를 진행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전국 100여 개 단체가 모인 420공투단은 오는 30일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1박 2일 집중 투쟁을 시작으로 3대 핵심과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행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활동가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활동가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3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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