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로에 대한 현장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 서울로에 대한 현장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보행친화도시를 위해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를 기획해 오는 5월 20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차가 다니던 고가도로를 보행자 도로로 변화시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길로 만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었지만, 실제 누구나 즐기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식 개장을 20여 일 앞둔 28일, 시는 장애계 단체·유니버설디자인협회 관계자와 함께 서울로의 장애인 접근성과 이동권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건국대 장애물없는생활환경만들기연구소·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설계 단계부터 ▲충분한 보행로 폭 ▲승강기 접근성 ▲편의시설 등 보행약자의 편의를 위한 시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 점검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서울로 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 서울로는 불규칙한 크기의 화단들이 설치돼 있다. 이는 보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 서울로는 불규칙한 크기의 화단들이 설치돼 있고 점자블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보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점자 블록’ 대신 ‘1:1 안내도우미’?

서울로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다양한 크기의 식물화단이 설치돼있다는 것. 이로인해 화단 위치로 인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보행로는 일직선이 아닌, 곡선형태로 이뤄졌다.

문제는 곡선형태의 길 어디에도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로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주출입구와 승강기 앞에만 설치 돼 있을 뿐이다.

지체장애인편의시설용산구지원센터 윤두선 센터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면서도 이용하기 쉽지 않은 길인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반드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식물화단과 의자형 화분 주위에는 장애물이 있음을 알리는 안내가 없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치명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시는 서울로를 계획하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계의 자문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환경은 마련하지 않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이하 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서울로 관계자가 만나 서울로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당시 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음성안내 유도기 △음성안내 표지판 △점자 표지판 △안전한 통행을 위한 별도의 보행로 △점자블록 등 서울로 설계에 조언을 했지만 현재 서울로에는 음성안내 유도기와 점자 표지판만 설치돼 있을 뿐이다.
 

▲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상황에 크기가 큰 화단으로 인해 난간에 설치된 핸드레일이 보이지 않는다.
▲ 크기가 큰 화단으로 인해 난간에 설치된 핸드레일이 보이지 않는다.

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논의가 있고 난 뒤, 서울시 측에서 조언 내용에 대한 답변이나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28일 진행된 장애인 사전점검 참여 제안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서울로와 같은 시설은 개인이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즐기기 위한 일상 공간으로, 시각장애인은 자주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자 서울로 관계자는 “점자블록 설치 대신 1대1 안내도우미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보행로로 규정된 서울로에는 점자블록이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 장애계의 입장이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사무국장은 “공원이 아닌 보행로기 때문에 점자블록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1대1 안내도우미를 통해 매번 보행로를 이용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행로 난간에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핸드레일이 설치됐지만, 120cm의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핸드레일을 이용해 보행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법적 기준 지킨 ‘보행 폭’ … 여전히 좁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환경의 미흡 뿐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보행 폭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휠체어 이용자의 보행을 위해 2.5~3.5m의 보행 폭을 확보해 서울로를 조성했다고 밝혔지만 점검 참가자들은 이에 의문을 가졌다.

용산구지원센터 윤 센터장은 “길이 구불구불하게 조성돼 있어 실제 이용했을 때, 훨씬 좁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만약, 이 길을 이용하는 데 휠체어 이용자 말고 다른 보행자들이 많은 상황이라면 지금 수준의 보행 폭은 분명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설계 전부터 보행약자를 위해 자문을 구했다고 하지만 현재 만들어진 서울로의 모습은 보행약자를 위한 모습은 아니다.”며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지금, 과연 오늘 점검을 통해 드러난 불편한 점들이 개선 될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점검 시 참가자들은 “서울로 입구와 주 출입구의 경사 각도가 가파르다. 전동 휠체어가 아닌 수동 휠체어 이용자는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서울로 관계자는 “차도로 이용되던 길을 보행자 도로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주 출입구 근처만 법적 기준인 6~7%의 경사 각도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다른 부분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경사 각도로 설치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늘 점검을 통해 발견된 문제점들은 정식 개정 전에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