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토부장관에게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및 사전예약 시스템 마련 권고

휠체어 승강설비가 없어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고속·시외버스에 대해 장애인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현재 운행 중인 시외버스(고속형, 직행형, 일반형)와 시내버스(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의 일부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장애인으로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고속버스 이동편의시설 설치비 지원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것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 및 시내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통사업자에 대한 재정지원, 금융지원 및 세제지원을 확대 시행할 것도 권고했다.

우리나라에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는 아직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고속·시외·광역·공항버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고속·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은 ‘버스를 개조,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는 것이 현행 자동차관리 및 안전관련 법령에 위반되고, 고속·시외버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버스정류장의 공간이 협소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더라도 실제 이용이 어렵고,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비나 저상버스 구입비 등 교통사업자에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토부 등에 확인한 결과, 현행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라 적법한 사항.”이라며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교통안전공단이 대형승합자동차(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구조·장치 변경을 승인한 건수는 무려 24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버스제조사에서도 휠체어를 탄 상태로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용 버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6월 30일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시외버스(고속형, 직행형, 일반형)는 총 1만730대, 시내버스(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는 총 4,635대로, 이 중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2층 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 33대가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고속형, 직행형, 일반형) 및 시내버스(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지원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며 “이로 인해 교통사업자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업 유지가 어렵지 않는 한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19조 제4항을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에서는 이동과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호주·영국·미국 등 해외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설비 규정을 의무화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 휠체어 탑승 공간 한정(버스 1대당 1~2석)으로 장애인 버스 이용 시 출발 24~48시간 전 사전 예약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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