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내 의료조치 편의지원 제공’ 권고에도 변함없는 특수학교
부모모들 또 다시 ‘특수학교 차별 사례’ 모아 인권위 진정

▲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차별 사례들을 고발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차별 사례들을 고발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학생에 대한 특수학교 내 차별과 편의제공이 수많은 문제제기와 권고에도 변화가 없자 부모들이 다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나섰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7년에 제정된 법이지만, 약 1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특수교육 현장은 학생과 보호자를 위한 환경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특수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 교육권 침해를 호소했다.

더불어 인권위에 ▲전공과 입학 제한 ▲식사시간 보조인력 미제공 ▲교외체험학습 제한 ▲의료지원 미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했다.

부모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 것은 장애학생을 위한 의료조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인권위는 ㄱ특수학교에 학생을 위한 의료조치 편의 지원 제공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어, 차별 사례를 모아 또 다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된 것.

당시 권고에는 ㄱ특수학교 장에 중도·중복 장애학생의 가래흡인 의료조치 편의를 지원할 것과, 교육부장관에게 학습활동에 필수적인 의료조치가 필요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 마련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여전히 ‘의료조치에 필요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며 서비스 제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특수학교에는 가래흡인, 유동식 섭취 등 의료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사, 보건교사, 영양사 등은 해당 책임을 회피하고 의료적 처치를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이라고 개선되지 않은 현장의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여름, 특수학교 내 교육권 침해와 관련해 수많은 집단 진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다시 한 번 집단 진정을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부모들은 의료조치 뿐만 아니라 식사보조, 교외학습 배제, 전공과 입학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털어 놨다.

▲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차별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차별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ㄴ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어머니는 교내 생활의 보조를 떠넘기는 학교로 인한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10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그중 8년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다녀야 했다.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가래흡인, 식사 보조 등을 부모가 해결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공부는커녕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감당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ㄷ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어머니는 교외학습에서의 차별을 고발했다.
 
그는 “교장이 바뀌면서 학교에서 교외학습 차량지원을 하지 않고, 교외체험학습의 횟수도 제한하고 있다.”며 “교통약자인 학생에게 차량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자, 특수학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원통해했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전공과 입학전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ㄹ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자녀의 어머니는 “전공과 입학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입학대상자 기초조사를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해당 기초조사에는 ‘혼자 50m이상 걷기’, ‘직선과 곡선을 따라 가위로 오리기’, ‘바지 등 셔츠 입기’ 등이 해당돼 있지만, 이는 뇌병변 중복 장애가 있는 내 자녀는 물론 장애 유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들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기초조사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특수학교 내에서 장애의 정도에 따라 입학을 제한하는 것 자체도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부모들의 문제제기에 장애계 관계자들은 교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차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교육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교육책임자는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 및 그 보호자가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수단을 적극 강구하고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해당 학교들이 위반하고 있다는 것.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제기된 문제들을 보면 학생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행위가 특수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더욱이 그 어떤 학교보다 먼저 나서서 장애학생을 위한 체계를 갖춰야할 특수학교가 ‘학교장의 재량’을 악용해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학교는 장애학생과 부모의 교육 권리를 지켜야하는 곳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완벽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다시 이와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않도록 인권위가 보다 강력한 권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권위 관계자에게 부모들이 진정서를 제출한 뒤, 면담을 진행했다.
▲ 인권위 관계자에게 부모들이 진정서를 제출한 뒤, 면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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