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청이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에게 소송 비용을 청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염전피해 장애인 A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서류를 받았다고. 지난 3월 30일 신안군청이 지출한 변호사 수임료 등 약 697만 2,000원을 소송의 원고인 A씨를 비롯한 7명의 염전 피해 장애인들이 납부해야 한다는 문서였다.

A씨와 다른 염전 피해 장애인들은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신안군 일대 염전에 왔다가 주민과 경찰 등의 감시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섬 안에 갇혀 노예와 같은 삶을 살다 지난 2014년 2월 언론과 장애계단체 활동가, 법률가 등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이들은 ‘누구보다 인권과 공익을 위해 앞장서야 할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신안군 내 임금착취와 감금, 폭력을 동반한 강제노동을 묵인하거나 협력해왔다’며 2015년 11월 국가와 신안군, 완도군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1심에서 8명 중 7명의 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는지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다만 피해자 박 모 씨에 대해서는 “박씨가 새벽에 염전을 몰래 빠져나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경찰관은 지적장애가 있는 박씨를 보호하고 염주의 위법한 행위를 조사하기는커녕 염주를 파출소로 부르고 자신은 자리를 떠나 염주와 박씨가 함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경찰관의 행동으로 박씨는 염전으로 되돌아가게 됐고, 당시 박씨가 느꼈을 당혹감과 좌절감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로부터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박씨가 신안군 복지 담당 공무원 등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다는 점은 구체적으로 주장하거나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근로감독관 등 지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공대위는 “국가와 신안군에게 장애인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고, 더욱이 그 장애인들이 공공연히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면서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해 온 자들이라면 마땅히 그 책임이 가중된다는 것 또한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신안군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일이 지역 내에 관행처럼 만연해있었음에도, 도움의 손길은커녕 그들이 사는 곳을 찾아가보려 하지도 않았다.”며 “신안군청은 재판 과정 중에 이런 책임을 부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판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소송에 승소했다는 이유로 염전 피해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신안군청은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끝없는 반성과, 잘못된 관행을 뿌리 채 뽑아내기 위한 고민은커녕 패소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향후 소송비용이 법원의 절차를 거쳐 확정되면 원고들은 위 금액을 상환해야만 하고, 기간 내에 상환하지 못할 경우 강제집행절차에 들어가게 된다.”며 “소송의 원고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수 십 년간 염전에서 착취를 당한 장애인들로 경제형편이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신안군청이 피해자들에게 뻔뻔히 패소비용을 청구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그들의 무책임한 태도 또한 결코 사회적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소송과정에서 증거부족으로 인해 신안군청의 법적 책임은 피해갔지만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다.”라며 “공대위는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국내외의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아직까지 그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있는 신안군을 심히 규탄하며, 원고 7인에 대한 소송비용 청구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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